[이경전의 AI와 비즈니스 모델] 정책 실험 대신 AI·알고리즘으로 해결해야

입력 2024-03-24 18:20   수정 2024-03-25 00:13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는 알고리즘으로 신장 이식 분야에서 많은 생명을 구했고, 병원·의사와 대학교·입학지원자 매칭 시스템을 개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앨빈 로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런 조언을 했다. 뭔가를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시스템에 비효율성은 없는지 그리고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장 설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정책은 언제나 위험한 사회적 실험이다. 기존 시스템은 방치한 채 참여자 수만 대폭 늘리는 실험을 무리하게 해선 안 된다. 정책가는 현재 상태가 최선의 균형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긴장해야 한다. 무리한 정책은 구성원의 노력으로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균형을 폭력적으로 깨뜨려서 기대하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할 수 있다.

지난 정부의 최저임금 급격 인상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의대 정원 확대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논란이었다. R&D 카르텔이 있다면 그것을 핀셋으로 찾아내서 제거하는 정교한 행정이 필요하다.

의대 정원 확대 효과는 10년 이상 이후에 나타날 전망이고, 의사들의 동요로 응급실과 필수의료 부족 문제는 중단기적으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는 연결돼 있으며, 이미 여러 핀셋 정책 제안이 나와 있다. 응급의료정보체계 1339를 119에 통폐합하는 바람에 119구급대는 환자를 전원할 병원을 찾느라 고생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응급 환자를 신속하게 응급실과 연결하는 매칭 기능이 오히려 쇠퇴한 면이 있으므로 이를 시정해야 할 것이다. 필수의료 부문의 수가를 높여 의사들을 유인하고, 의료 사고에 대한 과도한 징벌과 보상을 줄이는 입법·사법적 노력 등 수요와 공급의 매칭을 위한 시장 재설계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과 입학생, 병원과 의사, 일반 구인·구직 등 각종 부문에서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고 안정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메커니즘은 분명히 있다. 새로운 연결 기술과 이에 기반한 매칭 시스템은 새로운 대안을 제공해 경제적 효율을 높이고 개인과 사회의 복지를 증진한다. 지난 30년간 인터넷과 플랫폼이 그랬고, 이제는 알고리즘과 AI 에이전트가 그 역할을 하는 시대다.

연결은 새로운 거래를 발생시켜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득을 증가시킨다. 연결을 방해하고 연결을 독점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이 카르텔이고 갑질이고 기득권의 횡포다. AI 에이전트와 같은 새로운 기술, 이에 기반한 새로운 창업가, 이를 뒷받침할 정부와 국회의 혁신적인 제도, 사법부의 미래를 여는 판결 등은 새로운 연결을 창출해 경제와 사회 복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수많은 경제 주체를 AI 매칭 에이전트로 연결하면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모두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반수·재수에 따른 대학 진학 과정에서의 비효율 최소화, 응급실 뺑뺑이와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 해결 등 전문 분야도 정교하게 재설계된 시장과 매칭 알고리즘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더 시급하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